정식으로 윤성과 말을 트고 나서 리온은 다시 한번 BLISS 채널의 영상들을 재주행했다. S가 윤성이란 걸 알게 되자 새롭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댓글창에서 제발 보여달라고 아우성치는 가면 속의 얼굴을 자신만이 안다고 생각하면 짜릿하기도 했다. 다른 멤버들의 브이로그 속에도 간간이 윤성이 모습을 비췄고, 윤성과 함께하는 멤버들이 어떤 사람인지 ...
해가 지기 시작하자 본격적인 여름을 맞이하는 전야제라도 되는 듯이 거센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장마가 몇 주 일찍 찾아온 듯이 쏟아진다. 아침 일기예보에 따라 우산을 챙겨오고, 서랍 속에 비상용 우산까지 구비해 두었던 찬영에게는 그다지 위협이 되진 않았지만. 찬영은 오히려 우산 하나를 지호에게 빌려주기까지 했다. 어느새 퇴근시각도 훌쩍 넘었고 비가 온...
“요즘 단 게 땡기시나 봐요.” 자판기 커피의 버튼을 누르는 찬영을 보며 지호가 슬쩍 말을 붙였다. 전에도 희한하게 믹스커피를 마시더니 요즘엔 카페에는 아예 가지도 않는 것 같았다. “그냥 마시는 거지.” “이 경위님, 잠깐만요!” 지호는 자판기에서 막 빼낸 뜨거운 종이컵을 가지고 자리를 뜨려는 찬영을 붙잡아 세웠다. “무슨 일 있으시죠?” “……사건 얘기...
생활이 이제 제법 정상궤도로 올라왔다. 피아노 연주도 그럭저럭 집중할 수 있게 되어서 준수는 연습실에 틀어박혀 있는 날이 잦아졌다. 한번 빠져들면 아무 잡생각 없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중간중간 좋아하는 곡도 쳐주면 한껏 기분이 풀린다. 물론 이 연습실에서 비창소나타 2악장이 다시 흘러나오는 법은 없었다. 한창 양 손가락이 건반을 휩쓸고 있을 무렵 연습...
인생에서 지금만큼 힘든 시기는 없었던 것 같다. 두 눈은 항상 울다 만 것처럼 젖어있었고 누구를 만나도 즐겁지가 않았다. 주위 사람들이 무슨 일 있냐고 물어와도 말 할 기운조차 나지 않았다. 자세한 사정을 아는 건 우주와 정인 뿐. 난생처음 겪는 실연의 아픔은 감당하기 너무 버거웠고 버틸 방법도 알지 못했다. 둥- 연습실 내부가 듣기 불쾌한 음으로 가득 찼...
이준수 [형 오늘은 언제 퇴근해요?] 이준수 [저 지금 S카페 가는 중인데 시간 되면 나올래요? 제가 사드림!] 이준수 [저 아까 역 앞에서 형 봤어요. 형은 저 못봤죠?] 그 뒤로 준수의 메시지가 오기 시작했다. 며칠 연달아서 올 때도 있었고, 이틀쯤 건너뛰고 올 때도 있었다. 어쨌든 자주 오게 되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대화가 종일 이어지는 건 아니어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다. 학교 앞 역을 빠져나온 준수의 앞에 여느 때와는 다른 생소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경찰서 앞에 무언가 구경거리라도 생긴 것마냥 인파가 몰려 있었던 것이다. 무슨 일인가 싶어 동그란 눈을 더 동그랗게 뜨고서 준수도 틈 사이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형……?!” 눈에 담아두다 못해 잔상이 박혀버린 듯한 새빨간 머리칼. 그러나...
“우주야! 하-이!” 잰걸음으로 다가와 앉는 준수의 표정이 밝다. 쾌활하고 에너지 넘치는 성격이라 그늘 없는 모습이 기본값이긴 하지만 최근 들어 더 유난히 맑게 피어있는 듯한 건 착각일까? 준수는 의자에 털썩 앉고는 물잔을 집어 벌컥벌컥 들이켰다. “후~ 잘 지냈어? 아저씨랑은 어때?” 유진네 집에 모여서 1박을 보냈던 날로부터 꼬박 일주일만의 만남이다. ...
식사 후 준수는 우주의 방에 들어와 침대에 풀썩 몸을 던졌다. 배도 부르고, 이렇게 넷의 조합이 꽤 괜찮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찬영이 우주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 같았지만 실제로 대하는 걸 보면 전혀 그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준수는 찬영이 우주를 미워하는 정도까진 아니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왠지 모르게 실실 웃음이 나와 베개까지 껴안고 뒹굴고 ...
이 이야기는 비정기적으로 업로드합니다 정식적인 연재가 아니라 습작 올리는 정도로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굉장히 마이너한 감성일 수 있고, 가학적인 내용은 없으나 욕설이 많이 등장합니다 하……. 윤성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처럼 방글방글 웃는 얼굴의 리온이 앞에 서 있었다. 거부 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윤성이 팍 인상을 썼다. “비켜요.” “혹시 점...
이 이야기는 비정기적으로 업로드합니다 정식적인 연재가 아니라 습작 올리는 정도로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굉장히 마이너한 감성일 수 있고, 가학적인 내용은 없으나 욕설이 많이 등장합니다 출근 시간을 조금 비켜난 10시, 리온은 전철을 탔다. 10시 반에 시작하는 2교시 수업을 들으러 학교에 가는 길이다. 집에서 학교까지 무척 가까워서 이쯤 출발해도 넉넉했다....
오랫동안 숨소리 하나 없이 고요하던 공간에 부스럭 인기척이 더해진다. 천천히 뒤척거리기를 반복하다가 짧은 한숨 소리가 한 번, 이불 속에서 힘겹게 몸을 일으키는 한 남자. 평소와 확연히 다른 굼뜬 움직임으로 침대에서 빠져나온 찬영은 찬물을 컵에 따라 깨끗이 비웠다. 벽걸이 시계는 오후 2시 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많이 잤네. 점심은…….’ 허기를 느끼며...
취향이 편협해서 스스로 연성해서 덕질하는 사람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한 기본 포스트
소장본, 굿즈 등 실물 상품을 판매하는 스토어
정기 후원을 시작하시겠습니까?
설정한 기간의 데이터를 파일로 다운로드합니다. 보고서 파일 생성에는 최대 3분이 소요됩니다.
포인트 자동 충전을 해지합니다. 해지하지 않고도 ‘자동 충전 설정 변경하기' 버튼을 눌러 포인트 자동 충전 설정을 변경할 수 있어요. 설정을 변경하고 편리한 자동 충전을 계속 이용해보세요.
중복으로 선택할 수 있어요.